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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동 명예위원장 기고] <조선일보> 세월호 상처 치유에 재난고고학도 힘 보태야
  Name : Webmaster     Date : 17-04-14 16:47     Hits : 5117    
[조선일보] 2017년 4월14일자
우리 사회의 양심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이제는 실종자들의 유해를 찾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세월호 선실과 다른 공간에 쌓인 물건들이 바닷속에 있는 동안 들어찼던 펄과 함께 포대에 담겨 배 밖으로 옮겨지고 있다. 미수습자 유해도 유실되지 않고 모두 그 속에서 찾아내 하루속히 유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게 되기를 바란다.

세월호는 아마도 우리 시대의 한 상징물일 것이다. 타이태닉호는 20세기 초 서구 사회의 화려하지만 이지러진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세월호는 현대 한국 사회 발전의 그늘에서 이지러진 사회구조·문화인식·행위 등을 함축하고 있는 재난의 현장이자 역사적 증거물이다.

인위적인 재난은 하나의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지금까지 밝혀지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세월호의 자세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행정 조치를 담은 문서 기록이나 선체에 대한 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세월호는 21세기 한국 현대사회를 연구하는 자료로 남기지 않으면 안 될 현대 물질 유산이다. 아마도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의미심장한 유산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직도 세월호 선체나 그 속에서 나오는 물건들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물로 세척할 것이라는 뉴스 이외에는 들은 바 없다.

폼페이 유적박물관의 화산재에 뒤덮여 화석처럼 남은 사람의 이를 악문 모습은 개인에게 자연재난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19세기 말 미국 동부에서 침몰한 선박 유물에 대한 연구는 당시 사회가 경제적·정치적·기술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세계를 경악하게 한 9·11 테러 사건 후 흐트러진 현장에서 유물들이 수습됐다. 그 유물 수습은 이미 많은 자료가 있는 뉴욕의 생활사와 사회사를 새로 쓰게 하고 사람들이 뉴욕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 고고학 작업이 되었다.
13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서 코리아쌀베지 직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육상거치된 세월호의 세척과 불순물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과거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다. 오래된 과거든 가까운 과거든 물질이나 정신 유산에 대한 이해는 오늘의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촉매제이다. 세월호와 그 물질적 자료에 대한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학문적·사회적 목적의 연구는 타이태닉호 사건 연구처럼 안전과 재난 대비 문화가 가진 오류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오류들을 수정하여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지침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세월호의 모든 물건을 수습하는 작업에 물질적 자료의 기록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고고학을 동원해 자료의 분류 체계를 마련하고 개별 유물에 번호를 부여해 미래의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과학수사 전문가뿐 아니라 관심 있는 고고학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수십만 점 이 될지도 모를 물건을 체계 있게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에 대한 재난고고학적인 연구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저명 학술잡지에 등장하고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어서 세월호의 기억이 잊히거나 약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아픔이 성숙한 사회의 새싹을 틔우는 밑거름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세월호의 아픔이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문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3/20170413035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