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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문화일보]“디지털 혁신·고급문화 관념 탈피… 박물관,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Name : Webmaster     Date : 20-08-19 14:53     Hits : 59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81901031812050001 (25)

■ 23일까지 박물관·미술관 주간… 전문가 대담

-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모든 국민이 혜택 받도록 노력…효용·가치 극대화 방법 찾아야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박물관·미술관 협업 유연해야 발상 바꿔 ‘개 위한 전시’ 준비

- 장인경 ICOM 韓위원장
다양성·포용성이라는 관점서 사회갈등 해소 역할도 맡아야


“박물관과 미술관은 끊임없이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배기동(68) 국립중앙박물관장, 윤범모(69) 국립현대미술관장, 장인경(61)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장. 세 사람은 대담을 통해 공통적으로 ‘혁신’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명실공히 박물관·미술관계의 거장이다. 배 관장은 경기 연천 전곡리 유적을 발굴하는 등 탁월한 성과를 이룬 고고학자로, 후학의 롤모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윤 관장은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로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여러 미술관 개관 및 운영에 참여했다. 장 위원장은 미국에서 미술과 박물관학을 공부했고, ICOM 집행이사를 지냈다. 현재 충북 음성의 철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다.

세 사람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실에서 박물관·미술관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대담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2020 박물관·미술관 주간(8월 14∼23일)’을 계기로 해서였다.

―올해 감염병 사태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휴관하고, 문을 열었다가도 다시 닫는 초유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박물관·미술관 주간 행사를 하는 것이라서 생각이 많을 듯싶다.

배기동 = 정부 방역 조치에 박물관, 미술관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래서 아주 제한적으로, 조심스럽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박물관이 휴관 후 다시 문을 열었을 때 관람객들을 보니 개관을 참 다행하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예전엔 붐비면 약간 짜증스러워했는데, 요즘에는 기꺼이 줄을 서며 마치 좋은 일에 당첨된 듯한 얼굴이더라. 그걸 보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짐작이 갔다. 그분들을 위해 이런 행사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윤범모 =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이래 최초로 준비한 서예전도 휴관 조치로 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보기술(IT) 강국 아닌가. 그 서예전을 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개했는데, 1만4000여 명이 동시에 접속했다. 이후로 여러 전시를 온라인으로 공개해 큰 반향을 얻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온라인 뮤지엄을 통해 400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온라인으로 감상하기 좋은 10대 박물관·미술관 중의 하나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는 미술관 운영 방식, 전시 형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겼다. 또한 작가들은 재난 상황을 작품에 반영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이번 박물관·미술관 주간 행사가 그걸 새롭게 체험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몇 년간 콘텐츠 디지털화 작업에 힘써 왔다. 감염병 사태로 그 필요성을 더 실감했을 듯싶다.

배기동 = 국립박물관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니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온라인 시스템은 박물관에 오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접근성이 뛰어나다. 우리는 작년부터 스마트 박물관을 표방할 정도로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를 키우기 위해 애썼다. 코로나19 사태가 오면서 우리 학예사들도 그 효용성을 더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

(국립중앙박물관은 오프라인 전시회를 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유물을 가상현실(VR) 등을 통해 다채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은 생각이 있거나 배운 사람들이 접근하는 곳이라고 여기지만, 디지털이 그런 인식을 깨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화를 하려면 그에 맞는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그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다. 그게 박물관의 숙제다.

―이번 행사의 큰 주제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박물관·미술관’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 올해 테마이기도 하다. 다양성과 포용성 확산을 위해 우리 박물관과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장인경 = 박물관은 수집하고 보전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 밖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관점에서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도 다문화 국가로 가는데, 나처럼 단일 문화권 교육을 받은 세대에겐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국가도 정체성을 위해 그걸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장 위원장은 박물관이 대중에게 보여주는 내용을 어떤 해석으로 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급 문화, 남성 엘리트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박물관에 대해 센스 오브 오너십(sense of ownership·주인의식)을 갖게 하려면, 박물관이 나랑 무슨 관련성이 있냐는 질문에 답을 줘야 한다. 사회의 신뢰를 받는 박물관이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며 사회를 대변해줘야 한다.

배기동 = 장 위원장님께서 잘 정리한 대로 현대에 와서 집단의 섞임이 활발해져 다양성, 포용성 문제가 대두됐다. 디지털 문해력 차이가 부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행사가 그런 것에 대해 박물관이 미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장인경 = 다양성, 포용성을 위해선 박물관 내부에 인적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 문화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그룹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윤범모 = 복면 마스크 시대에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를 위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한 것이다. (미소를 지으며) 개에 관한 모든 것이 펼쳐지는 이 전시에 대해 언론들은 이런 헤드라인을 뽑을 것이다. ‘개’판된 국립현대미술관.(일동 웃음)

―박물관과 미술관이 따로 행사하다가 지난 2018년부터 함께 하는데, 협업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범모 = 문화는 서로 주고받아야 상생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내년 상반기에 공동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보니, 양쪽 학예실의 대화가 쉽지 않아 파견 근무를 시키고 싶더라.

배기동 = 파견은 언제든지 환영한다(웃음). 궁극적으로 과학관, 미술관, 박물관이 총괄적으로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가 돈을 들여 만든 기관들이 그 효용을 극대화할 방법이 무엇인지, 이번 주간에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윤범모 = 역사책을 새롭게 쓰듯이 유물, 미술품도 새로운 해석의 대상이다.

장인경 = (컵을 들어 보이며) 디자인은 미술 영역이고, 유약 성분은 과학 영역이다. 여기 다 있는데 따로 이야기할 수 없는 거 아니냐. 그런데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이라는 간판이 붙으면 그것만 고집한다.

―이번 행사에서 특별히 주목해봤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장인경 = 충북과 경북 지역에서 교육박람회를 한다. 큰 박물관은 디지털 전시가 가능하지만 지역의 작은 박물관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이번에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을 적은 인력으로도 짧은 기간에 만들어내더라. 박물관·미술관 주간 사이트에 들어가면, 집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소개돼 있다.

배기동 = 대단히 좋은 시도다. 이 기회에 작은 박물관을 지속시켜 국가 자원화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박물관 교육도 다양해져야 한다. 국립박물관이 작은 박물관과 파트너십으로 교육 자료를 쌓으면 유튜브까지는 아니더라도 홈스쿨링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장인경 = 박물관이 문화센터 등과는 차별화되는 프로그램을 가져야 한다. 치유의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박물관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전시만 집중하는 공간이 아니고 사람들이 와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

배기동 = 박물관이 어렵지 않고 편하다는 범국민 인식이 생겨야 한다.

장인경 = 일상으로 들어와야 한다.

배기동 = 점심을 먹은 후 전시나 볼까, 하는 정도가 돼야 한다. 지적 콘텐츠 자체는 인터넷에 다 있다. 박물관은 인간 정신이 깃든 것들을 편안하게 만나는 곳, 명상도 하며 힐링하는 곳이어야….

윤범모 = 이번 행사 중 경복궁 담장 미디어아트처럼 ‘지붕 없는 미술관, 박물관’을 생각해봐야 한다. 고정관념 없이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과제다.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81901031812050001